건축

설계사무소에 설계를 하면 좋은 점

정중동(靜中動) 2023. 8.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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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용은 설계사무소마다 제각각입니다. 실력 있는 건축사는 많은 비용을 투자해 자신의 능력을 키웠으므로, 건축주는 충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비용을 아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지금 막 시작한 젊은 건축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건축사무소는 당연히 많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또한 시스템이 잘 갖줘진 대형 건축사무소는 유명 건축사를 앞세워 일을 따내고, 실제 업무는 건축설계사를 꿈꾸는 팀장급 담당자가 그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밑그림을 다른 사람이 그리고, 붓터치 몇 번으로 자기 작품이 되는 세계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예비건축주의 첫 단추가 설계도면의 확정입니다. 어느 정도 틀이 맞춰진 설계도면은 설계사무소에서 주방을 넓힐지, 안방을 넓힐지 고민하는 싸움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집 짓기에서처럼 공간 크기의 개념이 없어, 아파트 조감도를 펼치고 이방 저 방 줄자로 재가며 이 정도면 되겠지? 조금 더 커야 하나? 이렇게 가늠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두 번째 집 짓기에서는 전문가에게 맡겨 보기로 했고, 설계사무소에 일임하기로 하고. 좋은 설계사를 찾기 위해 블로그도 많이 뒤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설계사보다는 열정과 고집 있는 설계사를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좋은 설계사는 예비건축주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경청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줍니다. 마음에 꼭 뜨는 집을 지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좋은 건축가는 맘이 여립니다. 내 얘기를 너무 잘 들어줍니다. 반면 열정과 고집이 있는 설계사는 밀당의 고수입니다. 실력이 있으니 밀당도 가능합니다. 가진 게 없고 잘난 게 없으면 밀당도 없습니다. 능력이 되고 내가 더 전문가라서 예비건축주를 이해시키려 합니다.

좋은 건축가, 나쁜 건축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건축가는 건축주가 너무 좋아합니다. 건축주의 불편했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과 같습니다. 그리고 준공이 완료된 집은 건축주 맘에 쏙 듭니다.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건축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각하면 집에 더 애착을 가집니다. 그럼, 이 집은 누가 설계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설계는 건축주가 했고, 그림은 설계사무소에서 그린 형태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건축주가 설계 부분에 대해 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고집 있는 건축가는 건축주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주는 설계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건축주는 불편한 부분을 얘기하고 수정해 달라고 합니다. 설계사가 맘에 들지 않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설계계약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설계사는 건축주가 대출까지 끌어 사용할 수 있는 설계를 하기 시작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과한 열정과 그렇지 않은 열정 간의 차이일 뿐입니다.

 

나쁜 건축, 좋은 건축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나쁜 건축가, 좋은 건축가 고집 있는 건축가는 건축주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주는 설계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건축주는 불편한 부분을 얘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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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설계된 중정을 가진 모습의 설계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중정은 일반적인 일자구조나, L자, ㄷ자구조보다 벽체 면적이 많아지므로 당연히 비용이 증가되는 구조입니다. 또는 대지면적이 작거나, 건축허가 면적이 작은 경우 중정을 만들 수 없기도 합니다. 설계기간은 작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입니다. 계약금액과 인건비의 계산을 맞춰 기간을 길게 가져간다면 설계사무소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됩니다.
 
시공사에서 설계사무소간 리베이트(Rebate)로 시공비의 일부를 커미션(Commission)으로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상호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좋지 않은 관례가 이어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추측으로, 주변에 떠도는 얘기를 전해 들어 글로 적을 뿐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의 양심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건축사와 시공사가 더 많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계를 받다.

빛과 동선, 그리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자 중정을 설계하였습니다. 一자 설계는 ㄷ자 설계로 진행 되었습니다. 주변과 어울려 같이 살라고 담의 높이도 제한하고, 담장의 재료도 제한하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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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집을 설계하다.

집을 지어야 할 대지는 양쪽 옆면과, 뒤쪽으로 사방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지금은 집이 없어 주변 시선에 자유로울 수 있으나 집이 지어진다면 상당히 불편한 위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집은 마당이 넓고, 집이 작았습니다. 방도 2개만 있어서 집을 팔기 위해 내놓았을 때, 방 3개가 아님을 후회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첫 번째 집은 창을 넓게 내서 풍광을 보려고 했으나 주변의 시선으로 불편했고,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의 실패를 교훈 삼아 창을 작게 냅니다. 세 번째 집은 작은 창의 갑갑함에 보통 크기의 창을 내게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두 번째 집은 세 번째 집인 것처럼 신중을 기해서 짓고 싶었습니다. 우선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왔으면 좋겠고, 방은 무조건 3개여야 했습니다. 주변 가족의 모임이 잦아 주방이 컸으면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중정을 가진 설계 초안을 보여 주었고 우린 흔쾌히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건축 비용이 많이 든다는 중정구조가 무서울 뿐이었습니다. 설계사는 콘크리트 지붕을 경량화시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남쪽에서 바라본 도면의 모습입니다. 오른쪽이 동쪽으로, 동에서 서로 경사가 제법 있습니다. 치악산 자락 경사가 이어지는 곳으로 강원혁신도시가 들어오면서 산자락을 깎고 다듬어 단독주택 택지를 만든 곳입니다. 작게는 264제곱미터부터 330까지(80~100평)  남측대지와 북측대지로 나누어진 단독주택구역입니다.
 
반곡역 중정집은 남측대지로 대지 앞에는 보행자통로와 2차선의 차도가 있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남측 인도로 인해 주차장 설치 기준으로 시청으로 행정 문의와 시청 담당자의 확인 과정, 타 지역의 단독주택 주차기준 기준, 주차기준 변경 판례 등 생각지도 않는 주차장 설치 기준으로 건축주와 설계사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차장 설치 기준이 각 지자체, 도, 시군구마다 다른데 보행자 통로가 있는 경우, 그 기준이 또 다르게 적용됩니다. 보행자 통로와 접한 단독주택의 경우 2대 연속 일렬 주차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협소한 대지에 주차공간을 할애하고 60%의 건축면적으로 집을 짓기에는 너무 집이 작아져 버릴 수밖에 없는 조례입니다. 이러한 민원이 많았는지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중 조례가 변경되었습니다.

반곡역 중정집 최초 설계도면

초안 설계도면 펼치고 공간을 줄이고 늘리기를 시작합니다. 조금 더 넓혔으면 하는 공간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거실에 소파를 그리고 파티션도 그려봅니다. 주방식탁이 들어오면 이동공간이 협소해지지 않을까 의견도 나눕니다. 현관이 다소 좁을 수 있고, 복도 공간 벽체를 이용해 수납공간을 넣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중정이 있는 초안 설계를 제시하였고, 주방과 거실의 위치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현관에서 연결된 동선에 주방을 놓자는 의견과 현관에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거실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나눴습니다. 오전 미팅 후, 점심식사 후 오후미팅을 갖기 전까지 결정하기로 합니다. 집사람은 현관 - 거실 - 계단을 얘기했고, 전 현관 - 주방 - 거실 순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다른 곳보다 천장이 높고 개방감이 있는 곳이 주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제 의견을 집사람에게 전달했고 천고가 높은 곳을 주방자리로 결정했습니다.

 

중정 주택을 설계합니다.

중정은 왜 만드는가요 신도시 개발 또는 계획도시를 개발함에 있어, 단독주택 전용토지는 250제곱미터 이상(75평)부터 330제곱미터(100평) 정도로 분할하게 됩니다. 또한 법규에 의해 담장의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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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을 바라보는 거실창이 너무 낮은 거 같습니다. 줄자를 꺼내 벽에 높이를 재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거 같아 설계사에게 창문 높이를 최대한 높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정 처마라인이 틀어지게 됩니다. 설계사의 고민과 건 툭 주의 고민이 부딪히게 됩니다. 두세 번의 요청 끝에 설계사는 건축주의 얘기를 들어주게 됩니다. 이때만 좋은 건축사가 됩니다. 
 
설계도면도 정해졌고, 제작 모형이 만들어졌습니다. 2층 가족실이 협소해 설계사가 계속 고민하기로 합니다. 2층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고 공간이 협소해 불편할 것 같다고 의견을 냅니다. 모형을 보면 2층 곡선 부분을 못 살린 건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곡역 중정집 제작 모형

VR을 이용해 설계된 공간으로 들어가 봅니다. 2층에서 보는 중정의 모습과 1층이 모습을 확인해 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게임을 즐겨하지 않아서 인지 가상공간의 움직임으로 멀미 후유증이 찾아왔습니다.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집안을 둘러 보고 있는 모습

건축설계사 사무소 내부입니다. 한 개의 공간을 파티션 분리 없이 다른 설계사무소와 같이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입구 앞쪽 대형 테이블에 건축주 방문 일정에 맞춰 시공 자재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평상시에는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다과와 팀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진열된 자재 뒤쪽으로 오른편이 준아키텍츠 건축사무소 메인 공간입니다.

시공 자재 전시

첫 번째 집 짓기에서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자재의 선택입니다. 공사가 진행되면 공정별로 길게는 일주일 짧게는 3~4일 단위로 끝나게 되는데, 공정별로 건축주는 자재 선택의 연속이 됩니다. 어떤 시공현장의 경우에는 자재 납품업체를 지정해 그곳에서만 살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건축주가 직접 자재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번째 집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해 조명과 수전을 구입했고, 수전은 하자로 반품과정을 겪었으며, 메인 조명은 직구대행업체의 일처리 미숙 또는 농간으로 세무사, 세관공무원, 전파인증 공무원까지 건축주가 직접 통화해 해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타일을 선택하기 위해  윤현상재를 몇 번이나 들렀고, 을지로부터 종로까지 조명가게를 들락날락 거리며 우리 집에 맞을 조명을 찾아다녔습니다.
 
반곡역 중정집은 설계사무소에서 외부 및 내부 인테리어까지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벽돌부터 수도, 바닥재며 페인트 도장 마감 색채까지 정합니다. 이렇게 결정된 자재는 설계도면의 자재부록에 기술하여 시공계약 시 자재를 포함한 시공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치며.

첫 번째 집 짓기에서는 건축주의 시간을 투자해 공사 비용 아꼈고, 두 번째 집 짓기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의 시간을 비용으로 산 케이스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정말 쉽게 집을 지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돌이켜 본다면 첫 번째로 설계사의 역할이었고, 두 번째는 설계사를 믿었던 건축주의 몫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예비건축주의 건축과 자재에 대한 이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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