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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나쁜 건축, 좋은 건축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by 정중동(靜中動)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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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건축가, 좋은 건축가

고집 있는 건축가는 건축주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주는 설계한 내용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건축주는 불편한 부분을 얘기하고 수정해 달라고 합니다. 설계사가 맘에 들지 않기 시작합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설계계약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설계사는 건축주가 대출까지 끌어 사용할 수 있는 설계를 하기 시작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과한 열정과 그렇지 않은 열정 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 설계사가 안도 다다오라면 어떨까요?

건축가 안도 다다오

우리에게 안도 다다오가 단독주택을 설계해주진 않겠지만, 그 당시 단열 없는 노출콘크리트의 특이한 구조, 중정을 거쳐야만 이동 가능한 동선으로 매스컴을 타서 유명해진 안도 다다오의 단독주택 이야기입니다.

오사카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스케치
오사카 스미요시 나가야 폭3.6미터 깊이 14.4미터 콘크리트 박스형 주택 스케치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은 거실과 주방사이에 외부 공간이 있어 비와 바람, 먼지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며 거실과 주방을 이동해야 합니다.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은 벽과 천장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으며, 단열재가 없는 건물입니다. 또한 사방에 창이 없고 출입구만 열려 있습니다. 빛이 들어오는 쪽창은 있습니다. 폭 3.6미터 깊이 14.4미터의 작은 면적을 3등 분해 중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지면적 : 3.6 x 14.4(57.3제곱미터 / 17.3평)
건축면적 : 33.7제곱미터(10.2평)
연면적 : 64.7제곱미터(19.6평)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중정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Azuma House /출처:https://sgustokdesign.com

생각만 해도 불편하기 그지없을 것 같습니다. 건축주가 비를 맞지 않게 지붕을 씌워 버렸다면, 안도 다다오의 첫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안도 다다오는 최대한 건축주의 입장에서 설계한 집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제58회 요시다 이소야 상 후보에 올랐고 결과는 낙선되었고, 최종 심사과정에서 스미요시 주택을 본 무라노 도고는 "건물의 좋고 나쁨은 차지하고라도 이 좁은 곳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 상은 여기 사시는 분들에게 줘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2층 안방 모습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Azuma House /출처:https://sgustokdesign.com

단열이 없는 노출 콘크리트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중정을 통해 주방으로 이동하거나, 2층 안방과 아이방의 이동은 떠 있는 다리를 지나야 합니다. 여름 땡볕에 콘크리트 벽체는 식을 줄 모릅니다. 방에서 잠자기는 틀려 버렸습니다. 아이들 방으로 연결된 다리가 이곳에서 제일 시원한 곳입니다.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아이방과 안방을 연결하는 공중 복도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Azuma House /출처:https://sgustokdesign.com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은 열린 공간을 통해 빛과 바람, 계절을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정에 위치한 계단은 2층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들어 줍니다. 2층을 연결한 복도는 중정으로 꽂히는 빛을 반쯤 가려줘 주고,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중정 지붕이 만들어졌습니다.  14미터의 공간을 3 분할하여 각 공간을 분리하고, 공간의 연결을 끊음으로 다음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마치며.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건축가는 건축주가 너무 좋아합니다. 건축주의 불편했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과 같습니다. 그리고 준공이 완료된 집은 건축주 맘에 쏙 듭니다.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건축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각하면 집에 더 애착을 가집니다. 그럼, 이 집은 누가 설계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설계는 건축주가 했고, 그림은 설계사무소에서는 그렸을 뿐입니다. 물론 건축주가 설계 부분에 대해 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능력을 샀다면 그 설계사를 믿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설계사가 훗날 안도 다다오가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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